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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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부디, 이별은 겨울에 말해요.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5:17
가을에는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 내게서 뿜어지는 이 붉디 붉은 사랑이 당신께 닿지 못하고 흩뿌려지는 것을 당신은 알 수 없어요. 갈바람이 가져온 콧등 찡한 시림이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여 놓고 바닥으로 허공으로 하늘로 흩어져 내 짙은 사랑과 함께 낙엽으로 떨어지겠죠. 가을에는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 차라리 마음이 얼도록 추운 겨울에 하세요. 당신과 눈이 내리는날 이별을 한다면 뜨겁게 끓어 넘치는 이내 사랑이 당신의 외면에 부딪혀 불꽃처럼 터져도 하얗게 쌓인 눈 위에 핏빛으로 번질테니 당신은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당신을 이것을 혐오하지 않을거예요. 차디차게 쌓인 눈에 끓던 사랑은 식고 소복소복 내리는 눈에 이내 덮여질테니. 그리고 봄이 온다면 나는 참으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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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달손님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5:07
아까는 세줄기 전깃줄에 걸려 있더니 자정이 넘어서는 처마에 내려 앉아 곤곤히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모든 늙어가는 것이 숨만 쉬는 새벽 환하게 웃고 있는 기운에 깨어 올려보니 하염없이 내 얼굴을 어루고 있었다. 모든 짙어가는 것이 잠든 밤 다시 잠들면 어느새 떠날까 눈만 깜막깜막 한다. 이불 속에 포갠 손은 꺼내지 않은 채 봄바람이 살랑거리듯 나를 대하는 그 모습만을 이불에 가득 담는다. 20150927 0054 자다 깬 새벽, 추석이라 대보름이 뜬 밤 밤산책때엔 세줄기 전깃줄 사이에 걸터앉은 것 같던 달이 처마끝에 걸려 창을 통해 환한 달빛이 내 얼굴과 가슴과 이불에 들었다. 그리고 덩달하 하늘도 깊고 푸른 바다같은 빛을 내어 참으로 아름답던 밤. 아마도 나는 너무 환한 달빛에 눈이 부셔 깬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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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밤산책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4:59
나무들은 마악 손톱 끝을 곱게 들였는데 바닥은 차지도 않은 달빛에 온통 물들어 깊어진 밤이 밤인줄도 모르게 색색이다. 나는 종종하는 걸음으로 길을 걷다가 나의 그림자가 핏빛 바닥을 기어서 샛바람에 너풀대는 모습을 보았다. 용암에 부어진 듯 끓어 넘치는 발바닥이 녹아 내리는 쇠몽둥이 마냥 질질 흘러서 위로 위로 길게 길게 검은 길을 만든다. 내일이면 발바닥은 탄탄히 굳겠지. 해가 뜨면 검게 탄 길도 지워지겠지. 잠이 들면 깊은 밤도 아침이 되겠지. 20150924. 2335. 요즘 자주 체해서 또 체기가 있기에 밤산책을 나섰다.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보름달인데도 하늘은 밝아 별이 보이지 않았고 바닥은 붉게 붉게 색을 깔았다. 아직 보름달도 되지 않은 달빛에 붉어진 길위에 발을 담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