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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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자발적 식민 치하에 생산된 잉여, 레디메이드 인생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1. 13:58
공식적인 '바쁨'이 끝나고 오랜만에 동생을 만났다. 동생을 만난 건 바쁨이 끝난 것을 자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곧 동생을 만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팔개월 전, 동생이 '언니 나 해외 취업 알아볼까?' 라고 물었을 때 나는 3초동안 멈칫 했다. 최고의 폐쇄와 권위, 최대의 암투와 비리의 온상, 어쩌면 일반 사회보다 더 찌든 사회 같은 연구실에서 힘들게 버티고 빼앗길 만큼 다 빼앗기고, 다칠만큼 다치고 얻은 석사 졸업장은 2년이 지난 그때까지도 깨끗했다. 2년간, 최저시급을 한참 밑도는 임금과 4대보험은 커녕 최소휴식도 보장하지 않는 숨막히게 비좁고 빙판진 바닥에서 발붙여 보겠다고 '열정'의 맨발로 혈안을 한 채 입술을 깨물며 버텼던 녀석이 드디어 발을 떼겠다고 한다. 3초간, 동생이 보낸 5년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