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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
만리 허공을 표표하던 홀씨 하나가
한여름 서울 땅에 앉았다.
곰살스레 안아주는 땅이 좋아
때를 잊고 뿌리를 내려
새벽같이 싹을 내보인다.
한낮에 검게 질린 돌 틈사이
뜨거움에 타는 것도 잊은 채
희열에 차올라 꽃봉오리 움티운다.
스스러운 꽃잎이 펴는가 싶더니
속절없이 퍼붓는 장대비에
사흘 나던 꽃잎은 서러웁게 떨어진다.
아아..
꽃잎이 찰나를 아껴 살피던 향기는
어느 바람결에 흘러갔나
누구의 코끝에서 나부끼나.
20150903. 1155.
너무 일찍 피워버린, 허망한 戀(緣)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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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우린 헤어졌다.
그리고 그는 어느 노래의 가사를 하나 보냈다.
그런 느낌의 가사를 쓰고 싶은 거였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가사가 특별히 달라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가 내게 말했던,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그런 가사는 아니었다.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고 했던가.
긍정의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던가.
아름다움의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던가.
그는 지금쯤 그런 글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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