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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보리굴비가 나를 울리네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5:57
원래 이런 맛이었던가.
그토록 꼬독거리며 나를 자극하던 맛이 아니었다.
하물며 쌉쌀하기까지 하다.
아... 또 그란 말인가.
별것도 없이 몇년 전 찍어두었던 한강 야경 사진을 찾아보다
갑작스레 확연히 떠오른 그 말이다.
그는 보리굴비를 먹을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저 같이 먹고 있고 둘다 마주보며 맛있어 했던,
그 자체가 행복했던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축축하고 비리고 씁쓸하기까지 한 부분을 자신이 재 놓고 먹고는
맛있어 하는 나를 보고 기뻐했던 것일까.
녹차물에 휭겨진 보리밥알이 수저로 퍼지질 않는다.
대체 난 그에게 얼마나 많은 배려를 받은 것일까.
가슴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더니
이내 쓴맛이 올라와 인상을 찌푸렸다.
붉어진 얼굴로 목구멍은 눅눅한 퍼걱거림에 꽉 막힌다.
시원하던 녹차물이 뜨거워지고 있다.
어째서 그동안 잘 참았던 안타까움이, 울음이
일년이 지난 지금에야 트기 시작한단 말이가.
20150827. 2008.
병원에 갔다가 강남 사월애에서 홀로 보리굴비정식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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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 지나서 그와 연락이 있었다.
나는 얼마전 네 생각이 났노라며 보리굴비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실, 보리굴비 안좋아해."
이 말에 더욱 큰 미안함과 과거 그의 그런 배려가 참 미웠다.
어째서 그는 그토록 오랬동안 참았을까.
그는 지금은 지쳐있다고 했다.
어째서 그토록 질리게 지칠 정도로 참았을까.
너무 세심한 배려는 본인이 가장 힘든 것인 것을...
그것도 8년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