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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나는 거미줄이었다텍스트/생각과시 2019. 7. 9. 18:58
봄기운이 채 다 밀리지 않은 듯한 지난 여름, 시골집에서의 일이다.
나는 봉당에 나와 양쪽으로 좌 순이, 우 포도를 두고 두 녀석과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엄마가 싸리 빗자루를 들고 오시더니 찬찬히 이 벽, 저 벽 살피는 것이었다.
내가 물었다.
"엄마 뭐해?"
엄마는 여전히 빗자루를 꼬나쥔 채 벽 가까이 살피면서 혼잣말처럼
"어디서 거미줄을 봤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벌떡 일어서서 엄마 행동을 주시하며
"엄마,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데 엄마는 왜 떼?"
엄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벽을 살피다 고개를 가로 꺾어 나를 쳐다보며
"얘는 웬 해꼬빠진 소리야~ 사람한테 들러붙으니까 떼지, 왜 떼?"
그 말을 듣고 나는 엄마한테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거미가 먹고 살라고 치는데, 엄마가 그거 떼면 거미가 죽자나."
그 말에 엄마는 몸을 홱 돌리시더니
"그럼 소리나 지르지마!"
라는 말과 동시에 들고 있던 싸리 빗자루로 나를 거두어 냈다.
그거 개똥 치우다 온 빗자룬데 ㅠㅠ
20150704. 정오무렵.
시골집 봉당에서 엄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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