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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생의 출입, 자연, 당연한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1. 14:28
어제 한 생명이 나고 한 생명이 들었다.
어제 한 생명이 날 때 그 어린 것의 아버지는 매우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찍어 보냈다.
약간 흔들린 사진이 그 순간 어린 것의 아버지 심경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작은 생명이 지상으로 움텄을 때 생동하는 느낌에 가슴이 벅찼다.
그리고 어제 한 생명이 들 때 그 낡은 것의 아들은 매우 불안정한 음성으로 전화를 해왔다.
설설 흔들리는 음성이 그 순간 낡은 것의 아들 심경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움츤 생명이 영원으로 들었을 때 가슴뼈를 때리는 뻐근함이 들었다.
하루가 지났다.
아침 날씨는 매우 춥고, 흐리고, 조용하다.
어제 그렇게 큰 일이 두 가지나 있었는데 오늘은 아무렇지가 않다.
어제는 지나갔고 해는 저물었다가 해는 또 떴고 오늘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참 기묘한 일이다.
생이라는 것이 가까이서 보면 굉장한 일인데,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내가 키우는 화분들을 돌아보았다.
내가 바빠서 그들을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도 어떤 잎은 떨어졌고 어떤 줄기는 죽어있었다.
어떤 줄기는 가지를 하나 더 뻗었고, 어떤 곳은 새 순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가 신경을 쓰고 있든 아니든 자연은 자기의 방식대로 고요히 돌아가고 있었다.
들기도하고 나기도 하면서 당연한 일인 듯.
대화방에서 두 생의 교차에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침묵했다.
축하를 할 수도, 애도를 할 수도 없는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오늘 아침 분위기와 꼭 맞다.
자연은 들고 나는 것들을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고요할 뿐이다.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20151218 1000.
아기를 보러 갈까 장례식을 갈까 고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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