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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이공일오년의 기억가정사/'일기'는 몰아서 쓰는 맛 2019. 7. 16. 15:14
1월
빼도박도 못할 딱 중반의 서른이 되는 달.
시골집 앞 너른 밭을 대출을 받아 계약서를 오가며 주고 받을 때의 두근 거림.
그래서 이젠 작은 집과 작은 땅이 갖추어진 아늑하고 조용한 곳에서 보낼 노후가 꿈꿔지던 때.
2월
우왕좌왕하던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1학기 수강신청을 하던 달.
탈퇴한 동아리에서 아름아름 지냈던 동기들을 만나 기뻤던 달.
회사일로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하던 달.
3월
가장 아끼는 회사 동료가 결혼하던 달.
염려와는 다르게 지금까지 알콩달콩한 생활을 보며 다행이라고 여기지만
그때는 걱정과 우려로 진심어린 축복을 못했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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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엔 12월 말일에 쓴 글이다.
아래는 이어 쓰려니 이젠, 1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대충 기억나는 것 한가지씩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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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과제물과 중간고사와 회사 일로 뒤엉켜 휴식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던 달.
5월
동생이랑 동생 친구랑 나랑 한 봄의 제주를 처음으로 갔던 달.
제주의 올레길을 처음으로 걸어봤던 달.
제주의 5월 감귤꽃 향이 온사방에 진동하던 달.
6월
기말고사로 몸살을 앓던 달.
내 인생에 잊히지 않을 인상을 남길 사람이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어오던 달.
동생의 아픔이 너무 커서 늘 곁에 있던 달.
7월
기타를 매우 잘치는 새로운 인연을 만난 달.
충북 보은으로 문학기행을 갔다가 숙소 하나 없는 시골에서 간신히 사정하여 한옥에 묵으며 동네 사람들의 인심에 푹 젖었던 달.
미움과 실망과 절망과 두려움과 사랑과 기쁨과 기대와 벅차오름이 뒤범벅이던 달.
작고 귀엽고 신비한 별이 내 안에 깃들던 달.
일본어의 일자도 못하는 우리 둘, 동생과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삿포로) 갔던 달.
(비에이행 기차 안에서 만난 두 남자들과 자전거를 타고, 그들과 함께 나카지마코엔에서 처음 맛보는 양고기와 맥주를 곁들이던 달.
기차역 대합실에서 대기하며 뒤에서 들리는 한국어 소리에 반가워 알게 된 한국 대학생 둘과
후에, 삿포로의 밤 풍경을 함께 구경하기로 약속하고 약속장소를 몰라 찾는 중 만난 일본 젊은이들의 발랄하고 생기넘치고 귀여운 설명이 기억나는 달.
노보리베츠에 가서 유황 온천이 흐르는 곳에 발을 담그고 있을 때 중국인 의사들과 만나 담소했던 달)
8월
고이 간직하지 못한 별이 빛을 잃고 떨어진 달.
나의 글이 타인에게 큰 상처를 준 달.
9월
오픈컬리지를 알게 된 달.
동생이 해외로 떠날 결심을 한 달.
10월
인연이 되지 못한 그와 헤어진지 1년이 되던 달.
가족끼리 제주도에 여행갔던 달.
중간고사와 과제물로 스트레스가 많던 달.
매우 슬픈 선영씨의 결혼식이 있던 달.
(신부의 아버지의 사실상 사망이 확정 된 날, 강제로 혈액을 공급하며 사망선고를 연장시켜 놓고 결혼식을 치렀다. 신부의 눈물과 함께 보이는 억지 웃음이 더욱 슬펐다.)
11월
처음으로 단편 소설을 써보기 시작한 달.
12월
동생이 캐나다로 떠난 달.
기말고사와 동생 출국을 돕는 준비로 바빴던 달.
문학기행을 갔다가 충남 천북으로 굴 먹으러 갔던 달.
엄마와 크게 싸우고 한동안 연락을 서로 안하다가 슬그머니 젓갈을 사들고 가 화해했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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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를 따로 쓰지 않으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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