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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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오일장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7:59
어릴때만은 못하지만 아직도 오일장이 꽤 적잖게 열리는 곳. 예전처럼 수산물장시장, 채소청과시장, 동물시장, 묘목식물시장, 잡화시장, 육류시장, 약재시장 등이 모이모이 군집해서 들어선건 아니지만, 요새야 서울보다 아니 평소보다 신박한 물품이 있거나 값이 매우 싼것도 아닌 그냥 자질구레한것까지 소박소박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는 좌판들이지만, 그래도 오일장 구경은 늘 설렌다. 사람도 많고, 흥정도 하고, 오색깔 천막, 구수한 호객, 좁다란 통로, 뻥튀기 장사, 고소한 전집, 방앗간 기름, 비릿한 생선, 싱싱한 생물, 줄줄이 굴비, 색색이 옷감, 파릇한 묘목, 병아리 소리, 강아지 멍멍, 고양이 울음, 장사꾼 목청, 술안주 거리, 아이들 과자, 약쟁이 설명, 선거 유세꾼, 미용실 두건, 시끌벅적하고 생기넘치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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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그러니까 잠시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7:54
가로 막혀서 답답할 때는 잠시 숨을 쉬자. 지금껏 될 수 있는 한 햇볕을 쫓아 걸었기에 기대에 주저 앉으면 긴긴 벽의 그림자 안일 뿐이다. 사방이 막혀서 갈 곳이 없을 땐 등을대고 눕자. 누우면 보이는 것은 하늘 뿐이니 하늘처럼 탁트인 곳이 또 어디 있겠나 지금껏 바라 본 것이 장애물같은 빌딩숲이었기에 당연히 나의 숨은 답답할 뿐이다. 그러니까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라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편하게 해주자. 나에게 필요한 것은 편히 고를 한줌 숨과 그곳으로 가려는 의지와 아예 해를 등질 수 있는 용기이니까. 20170425 0034 해를 등지면 얼굴은 빛나지 않지만 해를 등지면 가슴은 좀 더 춥겠지만 내 등은 오히려 더 넓어보인다는 것 내 등은 오히려 더 따뜻 할 것이란 것 등이 따뜻하면 기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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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지움카테고리 없음 2019. 7. 15. 17:52
어떤 것을 완벽하게 지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내버려둔다. 어느 때는 가만보면, 나는 애써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잊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난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별 쓸 데도 없으면서 시간을 소비해가며 그것에 대한 잔상을 찾는다. 그러나 이상하게 찾고 나면 다시 무심해진다. 지우지는 않지만, 넘어가고 덮어버린다. 잊지 않은 데에 안도하는 것일까? 오늘은 생각지도 않게, 완전하게 내 현실에서 지워져버린 사진을 찾느라 애쓰다가 잊고 있던 과거의 사진을 만났다. 나는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았지만 이미 봐버렸고, 봐버렸으나 스크롤 내리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이미 내 마음에 들어와버려서 나가질 않는다. 그렇다고 애써 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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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꽃비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7:50
이렇게 비가 소록거리는 날이면 그대를 만나고 싶다. 비를 만나 꽃은 젖고 행객은 우산을 접고 나는 그대 손을 잡고 꽃이 떨어질까 염려하는 사람들은 비를 몰라 그런다 꽃을 안고 온몸을 물들여 함께 세상에 서는 것이다 비가 꽃에게 소록소록 다갛는 날이면 나도 그대에게 다갛아 속삭이고 싶다 그대는 내게 봄이오 나를 그대로 물들게 하오. 20170418 1651 세차지도 않게, 조금은 춥게, 종일 내리는 비를 보며. 비는 꽃을 사랑해서 낭만이 있지만 나는 우산이 없다는게 함정. 비가 다녀간 뒤 꽃잎이 지는 것은 비가 꽃에게 물들었듯이 꽃도 비에 물들어 비처럼 내릴 뿐이다. 비는 꽃이 되고 꽃은 비가 되어 꽃비가 내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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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검소와 사치에 대해 생각하다가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7:48
지금은 돌아가셨으나, 내 기억에 오래 기억될 한 분이 계시다. 그분이 어떤 직업과 신분을 가졌었고, 자녀는 어떠했고, 집안은 어떠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내가 출근하는 회사 근처에 사시는 성성 백발의 마른 노인일 뿐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하려 골목을 들어서면, 할아버지는 낡은 옷을 입고 정원을 정리하거나 대문앞을 쓸고 있거나, 더러는 할머니와 함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대문밖에 나와 있으셨다. 나는 늘 그 분을 보며 '참 부지런 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분은 그 집에서 일하시는 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마주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나는 으레 인사를 했다. 그분은 말없이 끄덕이며 미소했다. 어느날, 그 집 대문앞에 차가 한대 섰다. 매우 낡고 낡은 차였고, 오래된 국산차였다. 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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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검소(儉素)하라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7:46
민(民)을 사랑하는 근본은 절용(節用)에 있고, 절용의 근본은 검소(儉素)에 있다. 검소한 뒤에라야 청렴(淸廉)하고, 청렴한 뒤에라야 자애(慈愛)로울 것이니, 검소야말로 목민(牧民)하는 데 가장 먼저 힘써야 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목민심서(牧民心書)의 12편 중 1편 부임(赴任)에 있는 한 구절이다. "사치스럽고 화려하면 싱긋 웃으며 '알 만하다.' 한다." 문득 이 구절이 생각난 것은, 지금이 대선 기간이기 때문인 것인지, 내가 태어난 이래로, 나라의 일이 평안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매번 대선이 있거나, 총선이 있거나, 보선이 있을때마다 이 구절을 빌어서 경고 하고 싶다. 거리의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식자(識者)들은 더럽게 여기니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어리석은 자는 학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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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지나간 계절 (부제, 봄날의 다짐)카테고리 없음 2019. 7. 15. 17:37
비가 여러차례 내리는 동안 목눈이 트고 꽃잎이 피고 나비가 깨어도 나는 눈을 뜰 수가 없다. 사람들 저마다 봄을 맞는 동안 우리집 마당에는 홍매화가 피었다 지고 목련의 수려함도 수그러들고 이내 벚꽃이 활짝 피었건만 나는 앞에 두고도 볼 수가 없다. 두 눈을 뜨면 가까스로 붙잡아 두었던 모습이 꽃잎에 물들어 바래질까 두 손을 펴면 꼭 쥐고 놓지 않던 마음이 봄바람에 실려 날아갈까 두 귀를 열면 귓가를 맴돌던 속삭임이 몽근허공에 아스라히 사라질까 내 마음은 겨울이라 바알간 우체통이 잘 어울리는데 망설이는 동안 와버린 봄에는 이 편지를 부칠 길이 없네 뒤란 쪽문으로 떨어지는 햇살에 어두워진, 장롱 속 상자 곁으로 나직이 놓아두고 언제 부칠 수 있으련가 날짜를 세어본다 겨울은 다시 올텐데 지난 겨울은 아니 오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