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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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그러니까 잠시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7:54
가로 막혀서 답답할 때는 잠시 숨을 쉬자. 지금껏 될 수 있는 한 햇볕을 쫓아 걸었기에 기대에 주저 앉으면 긴긴 벽의 그림자 안일 뿐이다. 사방이 막혀서 갈 곳이 없을 땐 등을대고 눕자. 누우면 보이는 것은 하늘 뿐이니 하늘처럼 탁트인 곳이 또 어디 있겠나 지금껏 바라 본 것이 장애물같은 빌딩숲이었기에 당연히 나의 숨은 답답할 뿐이다. 그러니까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라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편하게 해주자. 나에게 필요한 것은 편히 고를 한줌 숨과 그곳으로 가려는 의지와 아예 해를 등질 수 있는 용기이니까. 20170425 0034 해를 등지면 얼굴은 빛나지 않지만 해를 등지면 가슴은 좀 더 춥겠지만 내 등은 오히려 더 넓어보인다는 것 내 등은 오히려 더 따뜻 할 것이란 것 등이 따뜻하면 기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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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꽃비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7:50
이렇게 비가 소록거리는 날이면 그대를 만나고 싶다. 비를 만나 꽃은 젖고 행객은 우산을 접고 나는 그대 손을 잡고 꽃이 떨어질까 염려하는 사람들은 비를 몰라 그런다 꽃을 안고 온몸을 물들여 함께 세상에 서는 것이다 비가 꽃에게 소록소록 다갛는 날이면 나도 그대에게 다갛아 속삭이고 싶다 그대는 내게 봄이오 나를 그대로 물들게 하오. 20170418 1651 세차지도 않게, 조금은 춥게, 종일 내리는 비를 보며. 비는 꽃을 사랑해서 낭만이 있지만 나는 우산이 없다는게 함정. 비가 다녀간 뒤 꽃잎이 지는 것은 비가 꽃에게 물들었듯이 꽃도 비에 물들어 비처럼 내릴 뿐이다. 비는 꽃이 되고 꽃은 비가 되어 꽃비가 내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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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지나간 계절 (부제, 봄날의 다짐)카테고리 없음 2019. 7. 15. 17:37
비가 여러차례 내리는 동안 목눈이 트고 꽃잎이 피고 나비가 깨어도 나는 눈을 뜰 수가 없다. 사람들 저마다 봄을 맞는 동안 우리집 마당에는 홍매화가 피었다 지고 목련의 수려함도 수그러들고 이내 벚꽃이 활짝 피었건만 나는 앞에 두고도 볼 수가 없다. 두 눈을 뜨면 가까스로 붙잡아 두었던 모습이 꽃잎에 물들어 바래질까 두 손을 펴면 꼭 쥐고 놓지 않던 마음이 봄바람에 실려 날아갈까 두 귀를 열면 귓가를 맴돌던 속삭임이 몽근허공에 아스라히 사라질까 내 마음은 겨울이라 바알간 우체통이 잘 어울리는데 망설이는 동안 와버린 봄에는 이 편지를 부칠 길이 없네 뒤란 쪽문으로 떨어지는 햇살에 어두워진, 장롱 속 상자 곁으로 나직이 놓아두고 언제 부칠 수 있으련가 날짜를 세어본다 겨울은 다시 올텐데 지난 겨울은 아니 오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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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송금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7:14
당신과 만난 이날은 쪽빛 한 술 듬뿍 넣은 우유 위로 얕은 먹구름 흩어지는 사월처럼 당신과 만난 이날은 사붓사붓 흔들리는 슬바람이 솟구치는 뜨거움을 재우는 칠월처럼 당신과 만난 이날은 거리거리 알 수 없는 발걸음에 하늘로 쏘아 올린 갈잎의 시월처럼 당신과 만난 이날은 어둑히 조용해도 가만 귀를 들여야 눈발의 춤을 볼 수 있는 일월처럼 당신과 만난 이날을 잊을 수 있는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것은 아직 못 다 부친 동전이 내 주머니에 남은 까닭으로 당신과 만날 이날은. 20170302 1954 방배 오컬에서 부채에 대해 생각하다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때까지 나는 둘 중 하나였다. 최선을 다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그런데 한번은 그러지 못해서 마음을 빚 진 때가 있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