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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게으름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1. 15:50
할 게 딱히 없을 땐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있으면서
꼭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속인다.
나는 게으른 게 아니야, 잠시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아무 생각도 없이 뇌가 쉬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런데 많은 할 것이 생기면
도대체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져서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거나 잠을 자버린다.
나는 게으른 게 아니야, 지쳐서 쉬고 있어.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뿐이다.
해야 할 많은 것이 생기면 아홉 번은 공황상태로 있고
딱 한 번만 혼이 난 듯 일을 처리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책을 보거나 생각을 하거나.
누군가 말하기를,
벼랑 끝 작전이란다.
할 일이 있든 없든, 하여튼 안하는
이런 게으름의 정수 같으니라고.
20160307 1802.
지금처럼 제일 바쁜 시기에
회사를 안가거나, 외출을 길게 하거나, 멍하니 모니터만 보고 있거나
책을 펴놓고 앞만 보고 있거나, 눈을 감고 있거나 손톱 거스러미를 만들고 있는 요즘.
이런 모습이 한심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 생각도 안하고 있는 이런 상태가 제일 좋은 요즘.
봄이 와서일 거야.
가을이 와서일 거야.
핑계는 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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