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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송담 추어탕집 미꾸라지 튀김
    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2. 14:28

    미꾸라지 튀김, 이걸 시켜놓고 보니,

    10여년전까지 종종 들렀던, 아주 작고 허름한, 천장이 매우 낮아서 자연히 고개가 수그러지는,

    단지 사갈 수만 있는, 반평 남짓한 공간에서,

    허리가 구부정하고 어깨도 구부정하고, 작고 가냘픈 호호백발의 할머니가 만들던,

    신기하리만치 놀랍도록 꼭 맞게, 청량고추 속에 쏙 박혀, 꼬리와 얼굴만 빠끔 보인 채 튀겨진,

    바삭하고 고소한데 매운 맛이 돌아서, 느끼하지도 않아 계속 먹게 만들던,

    그 때 그 곳의 미꾸라지 튀김이 생각난다.

     

    우리집에 갈때면, 아빠가 좋아한다고,

    같이 마실 술 안주 하겠다며, 꼭 들러 사가던,

    지금은 어딘가에서, 누구의 남편으로, 딸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을 술 참 좋아하던,

    그 사람이 생각난다.

     

    봄이 되면,

    앵두꽃이 바르르 떨어 피고, 개나리가 진달래가 온 산에 입을 맞추고, 매실 꽃에 벌들이 구혼하듯이 왕왕대고,

    여름이 오면,

    바다에 있어야할 것 같은 뽕 꽃이, 수줍음이 많은 것처럼 작고 귀여운 산딸기 꽃이, 시고 달고 검붉은 그것을 주고,

    여름이 지나면,

    숲마다 돌배가 아름아름 달리고, 지날때마다 호독호독 떨어지는 돌감에 놀라고,

    눈물처럼 떨군 자리에서 다시 맺힌 꽃사과는 탐스러운 빨강으로 마음을 빼앗고,

    그마저도 지나고나면,

    커다란 볏짚 더미 속에 깨진 접시랑 이빠진 컵이랑 손잡이 없는 냄비랑 담요랑 가져와서 세상 다 가진 것처럼,

    어쩌다 한번씩 까치랑 강아지랑 짖는 소리만 산등성으로 아득해지다 가까웁게,

    달빛에 날름날름 빛나는 은세계는 종일토록 자취 한 족 없이 태초의 것처럼,

    가끔은 이곳이 향기가, 색깔이, 맛이 나던 곳이 맞을까 궁금해 살그머니 문밖을 내다보고,

    바람결에 실린 솔가지 박하맛 공기가 맛있어서 고개를 쳐들고 꼴딱거리던,

     

    이제는 흔적도 이름도 남지 않은,

    그곳, 소루무지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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