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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거미 - 김수영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1:34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 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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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은 6.25전쟁을 겪은 전후세대 작가이며
역동의 민주화를 몸으로 받아낸 시인이다.
6.25 전쟁 인민군에 강제징용이 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도망치고
인민군이었다는 사실로 유엔군에 의해 거제포로수용소에 수감되고
거기서 많은 희망과 자학을 반복하며 고통의 삶을 살았다.
그때 그는 자신의 치아를 모두 뽑아버리는 자학행위를 통해 희망을 버리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그후 그는 양계장을 운영하며 시로써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
4.19혁명, 5.16쿠데타, 많은 일들이 그에게 부딪히며 그는 민중시인으로 섰다.
이 시는 참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시이다.
김수영 자서전 같은 시가 아닐까?
설움, 기대하는 것, 희망하는 것, 욕망하는 것이 있기에 서러움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설움도 싫다한다.
6.25전쟁, 인민군 강제징용, 거제포로수용소, 4.19민주화항쟁, 5.16군사정변등...
그는 많은 좌절, 희망, 기대감, 또 좌절의 설움.. 많은 기대와 설움의 질곡 속에
살면서 수없이 희망을 갖고 좌절하면서 또 다시 기대를 하고 또다시 설움을 겪고
또다시 그러면서도 꺾이지 않는 그놈의 바라는 마음이 싫었으리라.
그러나 그의 설움은 결코 행복이 되지 못했다.
바람 즉, 욕망하는 것이 있으나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한데서 오는 것이 설움이다.
설움이란 욕망하는 것과 욕망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바라고 그것을 이루는 사이에 오는 설움은 달고 값진 것일진데..
그는 그저 곧 겨울을 맞을 거미처럼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결국 설움을 넘어설 행복이 오지 못한 채 그대로 요절하고 말았으니..
참으로 그의 생애를 알고 쓰는 자선전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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