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티씨/내댓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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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책의 빈 페이지의 용도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1. 11:22
책마다 앞뒤로 빈페이지가 있고 '이 페이지는 사용하지 않음'으로 사용하지 않음을 알립니다. 저는 책마다 있는 사용되지 않은 빈 페이지를 늘 요긴하게 쓰곤 했는데.. 늘 궁금했어요. 왜 빈페이지가 앞뒤로 있는 것일까? 그러고 저 나름대로 이런 생각을 했지요. 이 책을 사는 주인을 위한 것이 아닐까? 그 빈 쪽에 내가 메모를 하든 낙서를 하든 아니면 학재님처럼 무언가를 채워주든, 주인이 책의 최고 앞쪽과 가장 뒤를 장식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거라고 생각했었답니다. 어쨌거나 책이 처음 태어날 때는 다 똑같은 모양으로 나오지만 들려지는 이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인 것이니까요. 그래서 같은 책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20151102 2030. 분홍천 -이 페이지는 사용되지 않음,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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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마음에 생긴 아기집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1. 11:21
"우린 무슨 사이야?" 이상하게도 이 물음 한마디에 마음에 생긴 아기집을 느끼게 돼요. 좋음이 사랑이 자리하는 아기집이요. 처음엔 너무 작고 티도 안나서 인지하지 못하다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이 울렁거리며 설렘과 긴장이 느껴지죠. 시간이 흐를 수록 아기집은 점점 커지고 태동도 느껴지면, 어느 순간엔 숨도 쉴 수 없을만큼 벅차오르고, 어느 순간엔 마구 아프다가도 또 그 안에서 꾸물꾸물 잘 놀면서 행복을 주지요. 그러다가 마음에 점점 자라 커진 아기집이 남산만해져 때가 되면, 출산을 준비하듯 아프고 눈물이 나고 죽을것 같고... 그렇게 여러 복합 된 고통을 느끼면서 길고 힘들었던 출산의 여정이 끝나면, 내 마음의 배는 서서히 가라앉아 다시 들어가지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살아요. 가끔 산후통처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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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하찮다고 여기는 벌레를 죽이는 행위의 끔찍함에 대하여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1. 11:19
갑자기 개인 일화가 떠오르네요. 그 때 처음으로 '남자도 벌레를 무서워 한다.'는 사실을 알았죠. 어느날, 거미가 지나가는데 제가 넘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도망가며 애인에게 빨리 잡으라고 명령을 했죠. 저도 모르게 빨리 잡앗! 이라고 말예요. 애인도 놀라서 작은 눈을 토끼만하게 뜨며 절 쳐다봤어요. 한참 망설이다 그는 어디서 A4용지만한 종이를 찾아오더니 팔만 간신히 뻗어 거미를 스윽 떠내고 밖으로 내보내더랍니다. 저는 그 때, "아니 또 들어오라고 왜 안죽여?!" 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가 말하길, "죽이는 건 끔찍한거자나." 라더군요. 그때 확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깨닫게 되기도 했어요. 어쩌면 그는 무서워서 못죽이고 저렇게 말 한 걸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에는 그의 말에 막 웃어넘겼는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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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사랑의 갑을 관계란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0. 15:59
"행복을 찾아서 길을 걷지 않았지 옳은 길을 걷다 보니 행복이 깃들었지 사랑을 구하려고 두리번거리지 않았지 사랑으로 살다 보니 사랑이 찾아왔지." 박노해의 시군요? 참 좋아하는 시인데ㅎ 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예전에 팔년 구개월을 만난 사람과 헤어질 때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덤덤? 조바심도 없었고 그냥 좀 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죠. 그 사람을 만날 때 누군가가 물었어요. 그렇게 오래 만날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그 질문을 받기 전까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적어도 저는 그 사람을 만나는 그 때까지도 설레고 기쁘기만 했으니까. 그 질문을 받고 가만 생각해보니, '사랑해서 누가 더 행복한가' 그 건, 저 자신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이 참 고마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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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혁명이란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0. 15:56
동심원의 사고로 본다면, 지금 나의 모든 것은 동심원의 가장 중심에 있어요. 하지만 그 동심원의 중심은 움직일 줄 모르죠. 그저 자기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힘만큼 파장을 내어 밖으로 몇 개의 원만을 조금 더 그려 낼 뿐입니다. 밖으로 그려진 몇개의 원을 사람으로 대체해보면 아마도 내게서 영향을 받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겠죠? 만약 원핵이 조금만 옆으로 이동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힘을 더 내는 것은 바라지 않고 말입니다.) 이동한 자리에서 퍼지는 것은 그 곳 물들에겐 새로운 파장이고, 그걸 보는 모든 것들에겐 새로운 물결이겠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생각해요. 그렇기에 바로 개인 개인이 동심원의 원핵인 셈이지요. 원핵이 움직이지 않고 변화를 싫어한다면, 파장은 더이상 새롭지 않고 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