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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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모딜리아니전-영혼을 알 때텍스트/생각과시 2019. 7. 4. 17:38
어제 관람한 모딜리아니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대표작 몇 점이 빠졌지만 그래도 잘 알려진 그림 중에 황홀한 그림이 있어 나를 서성이게 하기엔 충분했다. 만지고싶고 갖고 싶은 욕구를 일게 했던 그 그림. 머리를 푼 채 누워있는 여인의 누드상. 은은한 붉은빛이 반복하여 파도친다. 다리와 몸통과 팔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거친데 매끄럽고 부드러운데 격렬하다. 예쁘다 라는 말을 스무번도 넘게 한 것 같다. 여성의 누드화가 이렇게까지 아름답고 예쁘다고 느껴 부끄러울 정도로 보고 또보고 하긴 처음이다. 오사카에 소장중이라니 꼭 다시 보러 가야지. 모딜리아니 그림중에 종종 눈동자가 있는 그림이 있다.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것이다." 그는 진정 그들의 내면과 교감했을까? 이 말에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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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빛나방텍스트/생각과시 2019. 7. 4. 17:28
깜빡 깜빡 동그라하게 따스한 가로등빛이 한참을 내어달린 개처럼 불규칙하게 호흡한다. 숨을 길게 뻗다가 짧게 수렴할때 볼록한 가로등 안에 차오르는 달빛인줄 알고 들어선 나방이 그림자를 비춘다. 한번 들이켜질때 초조와 불안의 날개는 발그레한 온기에 살아있음을 안도하고 꺼지듯내쉴때는 파다닥 거리며 소리를 내어 존재를 부딪힌다. 깜빡 깜빡 점점 잦게 그리고 쌔근거리며 잠을 자듯 숨을 쉰다. 이제는 곧 어지러운 불빛이 꺼져 온사방을 고요히 숨죽이게 하고 빛이 좋아 기뻤던 나방의 존재도 잦아드는 날개짓에 희미해진다. 내일은 전구를 갈아끼워야한다. 그리고 아늑한 가로등 안 나방도 내일은 가난한 가로등에 들어 일찍 날개를 뉘인 날일게다. 150812 2200 집 앞 공원에 앉아 내일이다. 너무 두렵다. 나는 이 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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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시선텍스트/생각과시 2019. 7. 4. 17:27
비가 그친 오후 커피를 사서 오던 길. 집 근처 아트클래스를 지나다 보니 어느 수강생의 작품이 탄산수에 들은 듯 하다. 건드리면 흩어져 버릴 여리한 빗방울들을 가만히 보니 그들에게는 다 똑같은 세상이 그러면서 짐짓 다른 시선이 담겨있다. 눈. 우리는 모두 눈으로 본다. 같은 눈으로 같은 곳을 담아 내지만 우리는 각자 다른 것을 본다. 아. . . 끝내 내리지 못하고 맺혀버린 애상의 작은 빗방울들 조차 서로 다른 시선을 가졌는데 사람의 큼직한 눈으로 같은 것을 담고 같은 마음으로 보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만약 나와 눈이 마주친 수없이 많은 빗방울 중 같은 시선이 있다면 해가 떠도 말라버리지 않도록 기꺼이 포말을 내어 무지개를 만드는 분수가 되고싶다. 20150726 2014 방배동 개인미술학원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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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이런 하루가 또 지나간다텍스트/생각과시 2019. 7. 4. 17:26
이런 하루가 또 지나간다. 붉은 노을을 감싼 구름도 뜨거움에 녹아 허예게 흩어지고 하나 둘 미약하게 켜지는 가로등 빛처럼 가슴도 깜,빡. 깜,빡. 한낯을 휘돌아 후덥지근하던 공기도 흩어진 구름을 더욱 재촉하는 저녁달빛 바람결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또 이런 하루가 지나간다. 오늘 아침부터 조금 전까지 분주했던 나도 열기가 식어 말캉해진 몸으로 옅게나마 오르는 입가의 미소처럼 오늘도 참, 잘했다고 다,독. 다,독. 20150720 2019 사무실 맞은편 주차장에 서서 노을빛에 놀라 우와~ 하고 하늘을 보자 내 뒤에 따라오던 낯선 남자 둘도 따라 하늘을 보더니 감탄하고 자연스레 휴대폰을 들이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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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나는 이지영이다텍스트/생각과시 2019. 7. 4. 17:25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다. 나는 이지영이다. 나는 나이고 나는 이지영인데 이지영은 나이고 나는 나인가? 이지영1 이지영2 이지영3 이지영4... 이지영7 이지영은 꿈을 꾸고 있고 나는 꿈속에 있다. 나는 계속 꿈에서 살고 이지영은 계속 꿈을 꾼다. 이지영은 꿈을 꾸느라 나를 모르고 나는 이지영인데 나는 꿈에 살아서 도대체 모른다. 나는 나이고 나는 이지영인데 이지영은 나인가? 20150602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자신감.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한 불안, 정신질환자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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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내방역의 불금텍스트/생각과시 2019. 7. 4. 17:23
달 바람 구름 지나감 달림 빠름 아이들, 엄마, 할머니 둘 편의점에서 맥주마시는 사람들 한손엔 커피들고 걷는 연인들 삼삼오오 나이든 남자들 이어폰 꽂고 종종 걸음 걷는 여자 핸드폰 보며 고개숙여 비틀거리는 남자 인도 진입 방어 기둥에 오줌싸는 개 썬캡쓰고 개줄 잡은 개주인 전철 환기구에 앉아있는 사람 횡단보도 신호 기다리는 사람 지나가는 차를 보고 욕하는 사람 불꺼진 식당앞에 앉아 담배피는 사람 그것들을 구경하며 지나가는 사람 지금은 20150703 금요일이 지난 새벽 한시 십분. 우리회사에서 집까지 걸어가며 바라본 불금의 동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