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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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가을비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6:58
잔뜩 참았던 울음이 터졌다. 그칠것 없이 쏟아내는 것이 땅을 울리고 지붕을 울리고 뜨겁던 입김마저 울렸다. 새도록 울고 그치는 아침녁 사늘하게 감도는 눈빛은 가슴으로 손목으로 허벅지로 스며들어 여밀 것 없는 옷깃을 곧추게한다. 알았으나 미처 알지 못한 올 것이 왔다. 20160826 2127 그토록 무덥던 날 연일 무심하다싶게 비한번 뿌려주지 않던 날 언젠가 한번 터질거라 느껴지던 먹구름 계속 되던 날 이제는 곧 가을이 올거라는 걸 늘 생각하던 날 밤새 비가 오고 준비도 없던 내게 미처 알 사이도 없이 와버린 가을은 종일토록 눈부심과 추위와 감탄으로 떨게 했다. - 갑자기 비 한번 오고 35도를 웃돌던 날씨가 18도가 되는 아침은 매우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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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가을밤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6:56
낯선 이의 팔이 내 팔에 밀착되어도 따스한 온기에 그대로 두는 밤 천천히 걷다가 플라타너스 잎이 모인 보도블록 구석에 서면 바스락하게 미소짓는 밤 잔디밭에도 길 위에도 풀벌레도 사람들도 저마다 울리는 소리가 깨끗하고 고운 밤 어두운 지하도를 지나서 집 앞에 다다르기까지 소리없이 스며드는 외로움이 내것이 되는 밤 아무기척도 없는 방 문을 열고 백열등을 켜면 마음을 지피는 불빛이 이불처럼 덮히는 밤 20160906 1900 가을밤을 생각하다가 내 옆에 앉은 이의 팔이 내 팔에 닿았을 때 느껴진 것에서 아 진짜 가을이구나 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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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어떤 짓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6:52
나는 누군가에겐 나쁜사람이다. 그래도 누군가,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주지 않을까 살이하기를 마흔에 다가가도록 나는 어떤이의 가슴에 꽃을 놓았던 적이 있는지 가만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심으로 그 자의 얼굴이 되어본 적이 있던지 가장 잘한다고 쓰는 글들을 꼭꼭 눌러 쓴 중에 후벼진 어느 속을 도닥도닥 도담은 날이 있을지 긴긴 밤이 희도록 간곡하게 담은 기도 속에 오롯이 나 아닌 한 사람이 있었는지 나는 누군가에겐 나쁜사람이다. 그래도 누군가, 내가 살며시 얹은 들꽃같은 향기를 맡았을까. 20160906 0136 '이건 나쁜짓이야'라고 계속 생각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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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열다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6:50
두개의 문이 있다. 그 문은 늘 같은 보기로 마주한다. 하느냐 마느냐 혹은 그럴것이다 아닐것이다. 사람들은 늘 이것에 시달린다. 가끔은 하고싶은가 아닌가 이것이 되기도 한다. 아주 미약하게나마 좋아하는가 좋아하지 않는가 이런 보기도 들어있다. 왜 인간들은 늘 두갈래의 길에서 멈추어 매번 다른 문제의 같은 보기로 고민하는 것일까 망설이게하는 무엇이 없었다면 아예 한쪽 문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문이라는 것 자체도, 길이라는 것도 있을리 없다. 어느 문으로 가느냐 그 뒤의 답은 신이 아닌 그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뒤에는 늘 같은 답이 있기 때문이다. 후회하거나 후회하지 않거나. 20160906 0113 어쩌면 한동안 모든 SNS를 폐쇄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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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모, 순이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6:42
가끔은 즐거운, 행복한, 안락한, 풍요로운, 기쁜, 평온한, 꽉 찬 이런 것은, 쾌락을 얻을수록 빈곤, 두려운, 슬픈, 아픈, 괴로운, 채워지지않는, 불안정한 것들이 더욱 짙게 잊혀지는 순간에 찾아 올 때 생각에 두렵고 불안정하게도 꽉들어찬, 안락한, 벅 찬 기분들이 불편한 데는 더욱, 무한한, 계속된, 화수분같은, 유지하기를, 원하는, 욕심이 생기는. 20160903 0111 잘자리에 누워 오늘은 만족스러웠는가 족하지 않았는가 생각하다가. 그러나 어느 쾌락된 순간도 결코 쾌락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스스로 쓰고나서 알게되니 왠지 안심이 되는것은 무슨 심보란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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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사랑이라는 게 뭔가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6:24
내가 사랑하는 어떤 찻집은 더욱이 커피를 보다 더 향기롭게하는 사람은 "우유를 젓지말아요. 그대로 우유부터 점차 커피로 옮겨가게 해줘요." 나는 그 말이 매우 놀라웠다. 섞는 것이 아닌 혀로 맛이 옮아가게 한다는 것이. 20160830 1734 카페꼼마에서. 그가 말했던 방법이 우유가 든 커피를 마시는 진정한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어쩐지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그 찻집은 아니지만, 컵에 쓰인 글을 보니 갑자기 그때 그말이 생각났다. -어쩌면 섞이는 것이 아니라 옮아가는 맛이 사랑일지도 모르겠다며.